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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회장 유회준 교수(KAIST) [청론직설] “반도체 국가대항전에 기업만 분투, 보조금·세제로 초격차 지원을”

작성자
theise
작성일
2024-04-02 13:05
조회
168
◆유회준 반도체공학회장(KAIST 교수)
대만TSMC 국민 전체 미는데 삼성은 6만명 고군분투
AI반도체 초기 단계, 지능형 제품 경쟁력 높이면 기회
초격차기술 개발 위해 R&D 적극 투자·규제 혁파 필요
인재 양성이 필수 과제, 엔지니어 처우 대폭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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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공학회장인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가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세제 혜택, 보조금 제공,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반도체 기업들의 초격차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서울경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DS) 부문 매출이 443억 7000만 달러에 그쳐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매출 순위 3위로 내려앉았다. 2022년 1위에서 2계단 하락했다. 미국의 인텔이 2년 만에 선두 자리를 탈환했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강자인 미국 엔비디아가 2위로 올라섰다. 대만의 TSMC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부문에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공학회 회장인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은 2400만 국민 모두가 TSMC를 밀고 있는데 한국은 삼성 반도체 인력 6만 명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정부가 경쟁 국가에 뒤지지 않는 세제 혜택, 보조금 제공,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초격차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부문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인재 육성이 필수 과제라며 “엔지니어에 대한 처우를 대폭 개선하고 10~30년을 내다보는 정교한 인재 양성 정책을 짜서 실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AI 반도체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AI의 핵심은 알고리즘, AI 반도체, 빅데이터 등 세 가지다. 이 중에서 AI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반도체라고 할 수 있다. AI 반도체는 휴대폰과 같은 개인용 기기에서 규모가 큰 데이터센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복잡한 계산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AI의 발전은 더 많은 데이터 처리와 더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특화된 AI 반도체 개발이 필수적이다.

-미국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원래 컴퓨터게임 칩을 만들던 회사였다. 챗GPT가 공개되자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AI 반도체 시장을 공략했다. 이후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만 엔비디아 제품의 경쟁력이 아직 압도적이지 못하고 시장도 초기 단계여서 한국에도 기회가 있다. 국내 벤처기업 가운데 엔비디아 못지않은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AI 반도체의 주도권 경쟁은 기술 혁신 속도를 가속화하면서 산업 전반에서 신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반도체가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반도체에서는 엔비디아가 높은 점유율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혁신적인 AI 알고리즘 개발에서도 구글·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대만의 TSMC가 세계 1위다. 미국의 인텔도 국가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지배력 확장에 나섰다. 한국은 메모리 분야에서 강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급변하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정부·기업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리고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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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반도체 굴기’를 외치고 있다.

△중국은 안보 측면에서 국가 주도로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해왔다. 하지만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산업이 발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외형은 커졌지만 내실은 빈약하다. 낮은 수준의 반도체를 만드는 정도여서 아직 한국과는 기술 격차가 있다. 중국보다 더 우리 반도체 산업과 절대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나라가 대만이다. 대만은 인력 양성, 연구개발(R&D) 등 모든 부문에서 아주 잘하고 있다.

-대만 반도체 산업의 장점을 구체적으로 들면.

△대만은 정부를 중심으로 대학·대학원, 연구소들이 똘똘 뭉쳐 TSMC를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국립교통대에 가면 반도체연구소는 물론 칩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공장도 있는데 모두 TSMC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24시간 불이 켜진 학교 내 공장에서 학생들이 새로운 공정을 시험하고 그 결과를 TSMC와 공유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학교·기업 등 각 주체들이 따로 움직이고 있다. 대만은 2400만 국민 모두가 TSMC를 밀고 있는데 한국은 삼성 반도체 인력 6만 명 정도가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만이라는 ‘국가’와 삼성이라는 ‘기업’이 싸우고 있는 격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자만해 있었다. ‘우리가 다 할 수 있다’ ‘제일 잘한다’는 생각에 안주해 있었다. 이런 안일한 자세를 떨쳐내고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삼성도 메모리를 넘어 비메모리·파운드리에서 세계 선도 기업과의 격차를 좁혀야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대만의 TSMC는 파운드리에만 집중하고 있다. 한 분야에 모든 자금과 인력을 쏟아부은 결과 글로벌 파운드리 1위로 도약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메모리·시스템LSI 등 3개 사업부를 모두 끌고가는 구조여서 투자 집중도 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과감하게 각 사업부를 독립된 별도 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가 됐다. 삼성 파운드리가 독립해서 TSMC와 진검 승부를 펼쳐야 승산이 있다.

-한국이 반도체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국 등 주요국은 막대한 세제 지원과 보조금 투입으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우위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강자이지만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시야를 넓히면 미국·대만 등과의 경쟁에서 앞선다고 할 수 없다. 우리가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지키고 더 성장하려면 크게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가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R&D 투자다. 예를 들어 ‘지능형 반도체(PIM)’ 기술이나 ‘시스템온칩(SoC·완전 구동이 가능한 제품과 시스템이 한 개의 칩에 들어 있는 것)’ 설계는 AI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분야다.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는 이유도 경쟁자들과 다른 초격차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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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역할도 중요한데.

△정부의 적극적 지원도 중요하다. 파격적인 세제 지원과 보조금 제공, 과감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들의 초격차 기술 개발을 도와야 한다. 경쟁 국가들이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대규모 보조금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우리만 뒤처지면 기업들을 국내에 붙잡아두기 어렵다. 외국처럼 직접 지원은 못 하더라도 반도체 특구 지정이나 세제 혜택 같은 간접적인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정부가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첨단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옳은 결정이다.

-또 무엇을 해야 할까.

△우수한 인재 양성과 교육에 대한 투자다.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인재 육성과 확보가 필수적이며 이는 지속 가능한 반도체 산업 성장의 기반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반도체 인재 양성 시스템에는 문제가 많다. 우선 산학연 협력 체제가 잘 구축돼 있지 않다.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정부·학교·기업 등이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협력 체제 미흡은 인재 양성 과정의 미스매치(불균형) 문제로 이어진다.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적 역량과 학교교육 내용 사이의 괴리가 큰 것이다. 결과적으로 졸업생들은 필요한 기술을 갖추지 못한 채 직장에 입사해 직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산학연을 연계하는 협력 플랫폼을 마련하고 지원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 정책의 문제점은.

△너무 단기적이다. 반도체 인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 마치 반창고 붙이듯이 마이스터고 몇 개 뚝딱 만들고, 대학교에는 정원 30명 줄 테니 반도체공학과와 관련된 대학원을 개설하라고 한다. 그리고는 길어야 5년, 대체로 2~3년짜리 과제를 던져주는 지원 방식이 대부분이다. ‘옛날에 이런 방법으로 성공했으니 지금도 통할 것’이라면서 이전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10~30년 후를 내다보면서 짜야 한다. 긴 호흡으로 장기적인 차원에서 인력을 기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 실험실습용 기기에 대한 지원도 시급하다. 학생들이 칩을 설계하고 측정하려면 고사양 컴퓨터 등 다양한 장비가 필요한데 오래된 장비에 의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주고 인력을 양성하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장기적인 정책을 정교하게 수립해서 실행해야 한다.

-인재 유출 문제도 심각한데.

△우리나라의 엔지니어에 대한 처우와 인식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가령 국내에서 박사 학위 취득 후 국내 반도체 업체에 입사하면 연봉 1억 원을 받기가 힘들다. 하지만 미국 애플이나 대만 TSMC에 취업하면 최소 두 배 이상을 받을 수 있다. 인재 유출은 결국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대만이 미국 수준의 처우 개선으로 인재 유출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엔지니어에 대한 대우를 강화하면 국내의 인재 유출을 막는 효과뿐 아니라 외국 우수한 인재의 유입을 촉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He is

1960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서울사대부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벨사 연구원, SK하이닉스 반도체연구소 D램설계실장을 거쳐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차세대컴퓨팅학회장을 지냈으며 지난해부터 반도체공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D램의 설계’ ‘미래의 메모리:F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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