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뉴스레터

뉴스레터

“반도체공학회 소식지 2018-2호 권두언” - 소식지 다운로드

작성자theise

작성일 2018-09-28 15:49:41

조회1,105

카테고리 2018_9월

첨부파일newsletter_201808.pdf (file size 1112KB)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

정 항 근 (반도체공학회장)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여 내수 시장 규모가 작아 내수 의존형 산업은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반면에 원유나 곡물과 같은 필수 품목은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2017년도 우리나라 통계에 의하면, 총수입액 4,781억불중 원유가 차지하는 금액이 596억불이었으며, 총수출액 5,739억불 중 반도체가 979억불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벌써 20년이 넘게 국가 경제에 큰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산업 발전으로 인하여 국내 주력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조선, 철강, 자동차, 휴대전화, LCD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들이 이미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의 약 40%를 차지하는 중국은 이미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우리나라를 넘어선지 오래며, 메모리 반도체의 자급(궁극적으로는 수출)을 위하여 엄청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크게 우려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에 가슴이 답답하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은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일이다. 4차 산업으로 이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반도체 시장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스케일링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소재, 장비, 공정 간의 긴밀한 협업이 요구될 것이므로, 우리 학회가 반도체 각 분야 간 융합과 협업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인공 지능용 반도체의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한 프로세싱-인-메모리 기술과 뉴로모픽 반도체의 개발에 있어서도 학회가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반도체 하드웨어는 무어의 법칙에 의해 주기적으로 혁신이 이루어졌지만, 이제 스케일링의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를 위하여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그동안 성공적으로 사용했던 접근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이고, 다른 하나는 모듈러 프로젝트 기반 교육이다.

지난 7월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최한 공개 소프트웨어 그랜드 챌린지 행사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리차드 스톨만(1983년 GNU 프로젝트), 리누스 토발즈(1991년, 리눅스 운영체제), 에릭 레이먼드(1998년, 오픈 소스 이니시어티브) 등에 의하여 진행되어 온 공개 소프트웨어 운동이, 구글이 안드로이드와 텐서플로우 등의 소프트웨어를 공개하고, 초기에 적대적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까지 동참하면서 능력이 있는 프로그래머가 쉽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한 것을 알게 되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개방형 혁신 플랫폼이 구축되도록 학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다른 하나는 자비에르 닐이 2013년 파리에 설립한 에콜 42이다. 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프로그래머를 대학에서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개인 재산을 출연하여 설립한 학교로서, 학비도 없고, 교수도 없고, 학위도 주지 않는 학교이다. 수십 개의 모듈로 구성되는 단계별 팀 프로젝트 수행을 통하여 교육생들 스스로 배워가는 훈련 방법을 도입하였는데, 졸업생들이 실력을 인정받아 2016년에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학교가 설립되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산업의 경쟁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최근 대학생을 보면 산업체 취업을 외면하고, 공무원이나 공기업 취업을 선호하는 추세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우리도 하루 빨리 교육을 혁신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열심히 일하고 능력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모델을 구현하지 못하면 반도체 산업도 미래가 어둡다.

 

 

2018년 8월

정 항 근